2021년이 끝났다.
악몽과도 같던 2020년의 연장선이었다. 끝도 없는 락다운의 연속.
파리에서 식당을 포함한 기타 시설들이 문을 활짝 연 것이 6월이었다.
파리에 있던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식당이 열었던 달은 합쳐서 3달은 되려나...
2021년이 시작하면서 Galette des Rois에 당첨이 되었다.
아몬드 가루가 왕창 들어간 케잌을 친구들끼리 나눠먹는데, 이때 인형조각이 들어간 케이크 조각을 택한 사람에게 그 해의 운이 함께 한다는 프랑스의 풍습이다.
덕분이랄까.
파리를 떠나기 딱 하루 전에 박사 합격 이메일을 받았다.
프랑스가 나에게 그동안 수고했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 이후, 3달 반이라는 시간동안 한국에서 가족과 친구들과의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로 많은 제약이 있었지만, 뜻깊은 시간들이었다.
전국 방방곡곡 이리뛰며 저리 뛰며 친구들을 만나러 다녔다.
만나준 친구들한테 감사하고, 그렇게 아낌을 받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물론 만나지 못한 친구들도 있었다. 그들에게도 사연이 있을 것이다.
이러다가 정리되는 인연이 있을 수도 있고, 이러다가 후에 다시 만나 즐겁게 이야기를 하게 될 인연도 있으리라.
뮌헨에 도착한 첫날은 사실 무서웠다.
돌이켜보면 그간 많은 챙김을 받았다.
그런 것 없이 순수하게 홀로 서는 것은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하기 위해서는 내자신부터가 홀로 설 수 있어야 함을 안다.
그걸 알지만, 항상 혼자가 되었을 때는 당황부터 하게 된다.
아직 난 갈 길이 멀다.
연구소는 겪어본 결과, 완벽한 곳은 아니었다.
당연하다.
신데렐라 구두처럼 앞뒤가 딱딱 들어맞는 곳을 가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일까.
장단이 확실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간 있었던 곳들에 비하면 정말 좋은 곳이다.
동료들도 배려심 깊고, 친절하다.
석사애들이랑 클라이밍장도 나중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연구소의 체계적인 시스템도 잘 이용해 보고 싶다.
좋은 결과. 최고의 결과. 가 아닌 내가 책임질 수 있는 결과를 하나 내보고 싶다.
특히, 올 한해 박사과정생으로서 좋은 스타트를 끊어보고 싶다.
독일에서의 지난 한 달 반 동안 좋은 사람들도 많이 사귀었다.
같이 웃을 수 있는 사람. 배울 것이 많은 사람.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사람.
다 함께 가족처럼 크리스마스 쿠키도 만들기도 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하고.
2022년에는 중심을 잡아보고 싶다.
한 곳에서 맘 편히 4년이라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묘한 안정감이 든다.
무엇인가 시작해볼만한 기분이 든다.
애증의 2021년이 갔다.
매년 새해에는 무엇인가 기대가 되고는 했다.
헌데, 이번에는 큰 기대를 안 하려고 한다.
새로운 한해.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만 보낼 수 있다면, 그에 만족하려 한다.
실리콘 밸리에 있다가 온 형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지금의 속도가 마음에 든다고.
이제 유럽에서 산지도 3년 차를 맞이하고 있다.
유럽의 느린 속도에 삶이 점점 적응을 하고 있다.
이 속도 안에서 행복하고 싶다.
Frohes neues Jahr
Tschüs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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