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학수고대하던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했다.
7월 중순 무렵에 한국을 들어갈 예정이다. 박사 입시 결과에 따라서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예상하는 한국 체류기간은 7월 중순에서 9월 말이다. 이 시기에 내가 한국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프랑스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프랑스의 경우, 현재 50세 이상의 고령 인구를 우선 접종 대상으로 하고는 있다. 6월 15일부터는 18~49세에 해당하는 인구도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이 되게 된다. 하지만, 6월 15일에 맞게 되면 나의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그전에 맞을 수 있는 방법을 물색해봤다.
검색해본 결과, 현재 프랑스 백신 센터에서는 우선 접종 대상자들의 접종이 있는 당일 남은 잔여 백신들을 예약할 수 있게 슬롯을 열어주고 있었다. 나는 기숙사에서 가장 가까운 백신 센터에서 슬롯이 열릴 때까지 콘서트 티켓팅을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고 결국 티켓팅에 성공했다!!
접종 장소는 동네에서 가장 큰 스포츠 센터였다. 체육관 하나가 대기실이었는데 10분 단위로 10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접종하고 있었다. 확실히 백신 물량은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실 혹은 동료들과 소통할 때에는 영어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간혹가다가 불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 가게 되면 최대한 써보려고 노력 중이었기에 백신 센터에 들어가면서
"불어를 한번 끝까지 써보자! 그래! 이 기회에 불어 또 써봐야지!"
라는 생각을 하였으나...
의사 선생님의 의학 용어 사용에 백기를 들고 조심스럽게 영어를 요청했다 ㅠㅠㅠㅠ
다행히 선생님께서 영어를 사용하시는 분이었고, 주의 사항에 대해서 전달을 받았다. 주의 사항을 전달받은 이후, 간호사 분을 만나러 가서 백신 접종을 받았다. 굉장히 당황스러웠던 것은 영하 20도 보관을 하는 모더나 백신이라고 알고 있어서 여기에서는 어떻게 보관하고 접종을 해줄까 싶었는데,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는 포장된 주사기 안에 백신이 이미 들어있었고, 그것을 바로 접종해주었다.
예전에 다른 예방 접종을 했을 때에는 불주사 느낌으로 주사 바늘이 찔릴 때부터 화끈거리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접종은 통증도 거의 없고, 피도 나지 않아서 내가 소독솜으로 계속 압력을 가해주고 있어야 한다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간단한 장을 보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팔레조 숲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접종을 받으러 갈 때에는 시간을 맞추려고 허겁지겁 버스를 타고 갔었다. 돌아올 때는 왜인지 버스를 타고 올 무드는 아니었다. 비도 오고, 장도 봤고, 백신 맞아서 좀 쉬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냥 걷고 싶었다. 박사 입시가 이제 슬슬 끝나가고 있다. 앞으로 한 달 정도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 길었던 터널도 끝을 보이는 듯싶다.
박사가 되면 어디에서 하든 관계없이 시가지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현재 내가 사는 곳이 너무 외진 지역이라 외로움을 항상 안고 살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내가 걷고 있던 저 숲길이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서울에 살다 보면 전혀 경험하지 못했을 따스하고 푸른 적막과 상쾌하고 축축한 내음이 얽히고설켜 있는 이 숲이 너무나도 감사하게 느껴졌다.
다른 접종자들의 후기와 마찬가지로 접종 부위가 경직되는 듯한 느낌을 제외하면 여타 다른 증상은 없다. 2차 접종은 7월 3일이다. 접종 완료를 하고 출국일 전에 백신접종자들의 자가격리 면제가 허용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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