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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개월 간의 회고

독일 적응기

by Laboratoire bleu 2022. 6. 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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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Employment contract 에는 6개월 간 고용주와 피고용인 사이의 수습기간이란 것이 존재한다.

그 기간 안에는 고용주도 피고용인도 서로가 계약을 조건 없이 파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 또한 박사연구원으로서 계약서를 쓰고 고용된 피고용인으로서 지난 6개월 간이 내게는 수습기간이었다.

사실은 우리는 일반 직장인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크게 이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부분에 대해서 계속 신경을 썼다.

내가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던 와중, 교수와의 면담에서도 내 낮은 기여도와 낮은 동기부여를 지적받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장비마저 고장을 내버렸다.

 

한 두어 달 동안은 최악의 기간이었다.

내 능력에 대한 회의감, 내가 박사를 왜 하고 있지에 대한 회의감과 자책.

 

ENFP의 가장 큰 특징이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생각하고 걱정하는 것이다.

나는 원래도 이런 류의 사람이다.

이 과정에서 이 부분은 나를 더욱더 파고들었다.

박사를 잘리면 어떻게 하지.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하지.

 

지금 상황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해서 현 상황을 파훼해 나가는 것만이 길임을 알고 있지만, 이 불안한 감정을 뿌리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신경이 곤두선채로 내 앞에 산적한 일들을 처리해나갔다.

교수랑 말을 섞을 때마다 긴장하게 되고 식은땀이 흘렀다.

 

이 상태가 깨지게 된 것은 교수가 내게 보여준 모습이었다.

 

교수가 어느 날 나에게 자기가 박사 시절 때 정리했던 연구정리와 관련 자료들을 보내주기 시작했다.

앞으로의 박사 연구를 이렇게 해 나가면 좋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해주었고, 이런 연구정리를 해서 보내면 자기가 정기적으로 교정을 해주겠다. 연구를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연습 + 논문 쓰는 연습을 미리미리 해두자는 말과 함께 메일을 보냈다.

 

생각해보면, 교수가 나에게 강한 단어를 사용해서 말한 이유는 단순했다.

내 슈퍼바이저니까.

단순한 고용인이 아닌 학생을 지도하는 입장이니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나는 그저 내 일만 충실히 해나가면 될 것인데, 걱정이 너무 컸던 것은 아닐까.

 

여호수아 1장 9절 말씀에 이런 말씀이 있다.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석사를 시작한 이유도, 박사를 시작한 이유도, 나를 신뢰하지 못해서 그리고 이런 내 자신의 진일보를 위해서 이다.

강하고 담대해짐을 배워나가는 기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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